가치와 가격의 불협화음

가장 좋은 승리는 5할의 승리, 즉 신승(辛勝)이며 그 다음은 7할의 승리, 낙승(樂勝)이다.
10할의 승리, 완승(完勝)은 오히려 패배보다 못한 결과를 낳는다.

신승은 용기를 낳고
낙승은 게으름을 낳으며
완승은 교만을 낳기 때문이다.

10할의 승리에는 10할의 패배가 뒤따르지만
5할의 승리 뒤에는 패배하더라도 5할선에서 수습할 수 있다.

– 다케다 신겐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어느덧 며칠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실물경제와는 별도로 막대한 유동성의 공급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적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해 시장은 높은 수익률에 잔뜩 취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시장 급락 이후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완승에 완승을 거듭하고 있을 것입니다. 레버리지라는 날개를 양어깨에 달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신용융자잔고는 계속 치솟고 지수는 신고가를 뚫고 행진합니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비결과 무용담이 유튜브와 투자 카페에 넘실거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천하태평의 시기는 교만이 싹트고 리스크는 커지는 시기입니다.

올 한 해 시장의 드라마틱한 급등락 사이클은 투자경력이 길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소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투자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측정하는 행위입니다. 가치보다 가격이 싸면 사고 비싸면 파는 행위가 투자입니다. 올 한 해 우리는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극단적인 두 가지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3월 시장 급락 때는 가치보다 급격히 하락한 가격을, 그리고 연일 신고가를 거듭하는 최근은 가치보다 앞서가는 가격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가격이 급락하면 리스크가 커지는 듯 두려워하고 시장이 오르면 리스크가 없어지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급격한 가격의 하락은 안전마진을 제공하며 리스크를 줄여주고, 가치보다 상승한 가격은 리스크를 증폭시킵니다. 버핏의 말처럼 다른 이들이 탐욕을 부릴 때 공포를 느끼고 다른 이들이 공포에 떨 때 탐욕을 부려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 침체 및 개인의 자유로운 생활도 제약받는 어려움 속에서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해 만족스러운 연말 성적표를 가지고 한 해를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높은 수익에 취해 샴페인을 터트리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는 버블과 회복의 경계선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항상 해 온대로 가격과 가치의 괴리에 집중하며 조심스럽고 겸손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투자 계획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한 해 동안 믿어주신 고객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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