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와 시장의 균형

*Anti-natalism: 인류는 지구와 자연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이므로 출산을 중단하고 지구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반출생주의 사상

어벤저스들의 적 타노스는 인류가 과포화되어 인위적으로 객체 수를 줄이는 것이 역설적으로 번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악당입니다. 그동안 인류가 진보라는 명목하에 자연에 가해온 온갖 악행들을 돌아보면 타노스의 분노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지속해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오늘날까지 문명을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때로는 눈부시게 번성하기도 하고 혹독한 암흑기를 거치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균형점을 찾아 오늘날까지 이른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탐욕과 공포가 빚어내는 버블과 공포의 반복을 우리는 끊임없이 경험해 왔습니다. 현실만 둘러봐도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의 조 단위 기업가치,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높은 멀티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대변한다면 유통업체 같은 전통적인 산업군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사양산업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업들이 미래에 어떤 운명을 가졌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투자자로서 아는 유일한 진실은 가격은 장기적으로 가치에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누구도 매 순간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생물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기업을 둘러싼 환경들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꿈과 비전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유니콘, 바이오 기업도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가치와 가격은 ‘0’에 수렴할 것입니다. 한편 꿈을 현실로 이룬 소수의 승자는 지금 가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위대한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공포는 가치와 가격 간의 괴리를 심화시킴으로써 투자자가 수익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제공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심화할수록 수익의 기회는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려면 모두가 샴페인을 터뜨릴 때 조금 냉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모두가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질 때 약간의 용기를 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타노스는 인류의 버블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기에 극악무도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를 막기 위해 결국 어벤져스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우리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노스와 같은 악당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버블이 있을 때 주식을 팔고, 두려울 때 저렴한 주식과 자산을 담을 작은 용기와 지혜가 있으면 흔히 전쟁터라고 일컫는 시장이라는 곳에서 우리는 생존하며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혼란한 시장에서 저희 투자자분들은 오래오래 살아남는 위대한 히어로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