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의 저글링

“Understand what’s predictable and what’s unknowable” – 워렌 버핏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염석진 역의 이정재는 민족을 왜 배신했느냐는 질문에 ‘해방될 줄 몰랐다’며 최후의 변을 절규합니다. 해방될 줄 몰랐다는 그의 믿음을 전제로 보면 경제적 관점에서 친일은 그에게 매우 합리적인 행위였을 것입니다. 그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일련의 친일행위를 정당화시킨 잘못된 미래에 대한 예측, 즉 해방이 안 될 것이라는 가장 큰 전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올초 2월부터 시작한 시장의 혼란에 대한 가장 흔한 변명은 ‘이렇게 빠질 줄 몰랐다’입니다. 혹자는 시장이 언젠가는 조정을 받을 줄 알았지만 그게 이렇게 급작스러울줄 몰랐다는 공허한 변명을 하기도 합니다. 시장의 조정에서 가장 아픈 사람은 ‘해방이 안 될 것이라고 가장 굳게 믿은 투자자’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우리는 매일 비슷한 변명을 합니다. 금리가 인상될 줄 몰랐다, 오너가 그런 일을 할 줄 몰랐다, 경쟁사가 치킨 게임을 시작할줄 몰랐다 등 우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투자의 세계에서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합니다.

저희는 시장의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기에 방어적으로 투자하려 합니다. 모두가 열광하는 고평가 주식에 투자를 조심하는 이유는 그 기업의 비지니스 모델이 어렵거나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마켓 리스크와 기업 고유 리스크로부터 가장 좋은 헤지수단은 적절한 가격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연말에 지수가 어디에 가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여러 매크로 변수들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 상승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시장 위험에 대한 효율적인 헤지 수단을 찾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가위에는 우리의 우려가 단지 기우였음이 드러나고 시장의 약세로부터의 ‘해방’이 오기를 소망해봅니다.